이 앨범은 빌 에반스의 앨범중에 가장 구하기 힘든 앨범이었다. 전부터 너무 좋은 앨범이라 여기저기 검색을 해도 없길래 그냥 포기하고 있다가 discogs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구하기 힘든 앨범을 몇개 구했다. 가격은 너무나 다양해서 비싸다고 하기 힘들지만 앨범을 받기 전까진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고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다는게 흠이지만 이런 앨범이라면 기다려야 한다. 암튼 우연히 가격도 괜찮은 엘피를 발견 바로 구매했고 한달 정도 기다려 받았을때 그 기쁨이란... 그런데 이렇게 또 45rpm으로 리마스터링 되어 나왔다. 힘들게 구매한 한장짜리 오리지널과 리마스터링 앨범을 같이 놓고 보니 뿌듯하다. 이 앨범은 베이시스트 Eddie Gómez, 드러머 Eliot Zigmund가 1977년 8월에 녹음했으며 1980년 9월 Evans가 사망한 후 발매되었다. 빌 에반스의 인생은 너무나 유명할 정도로 비극적인데 이 앨범은 너무 아름답다. 아름답지만 슬픈 그런 음악이다. 제목은 무엇을 의미할까?
손흥민이 23일 노리치와의 경기에서 2골을 추가 리그 23호골로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골든 부츠를 수상했다. 아시아 최초라고 한다. 손흥민은 패털티 킥이 하나도 없는 23골이어서 더 놀라운 기록이다. 정말 마음 졸이고 본 경기였다. 전반전엔 부담감 때문인지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팀이 3:0으로 앞서 가는 후반전에 2골을 넣었다. 첫번째 골의 어시스트인 루카스 모우라의 패스 좋았고 두번째 골은 보면서 감탄이 나오는 원더골이었다. 아나운서가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란 말이 장엄하게 다가왔다. 고생 진짜 많았고 케인과 클루셉스키, 모우라 등등 팀 선수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장면에선 정말 오랜만에 울컥했다. 클루셉스키가 결정적인 찬스에서 뛰오 들어오는 손흥민을 보고 어쩔 줄을 몰라하다 결국 골을 제대로 패스를 못해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 마음이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손흥민의 인성이 얼마나 좋으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몰라울 뿐이다. 근데 언제부터 축구 선수들이 이렇게 멋있었나?
방에서 나갈 일이 없다. 학교 수업 준비가 생각보다 힘들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출석 부르면 20분, 쉬는 시간도 10분이 대부분 넘어간다. 학생들과 가벼운 농담을 해도 시간이 잘 간다. 그런데 온라인은 그런게 안된다. 줌 실시간을 하면 학생들도 감시받는 느낌이겠지만 수업을 담당하는 나도 학생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되어 역으로 감시받는 느낌이다. 가끔은 우연히 켜진 듯 카메라를 켜서 나도 옷 챙겨입고 열심히 하고 있어...라는 듯 보여주곤 한다.매시간 내가 카메라를 안키면 혹시 의심할까 싶어서 그런 유치한 짓도 한다. 거기에 수업의 양도 수업만 하는 시간의 양을 챙겨야 한다. 농담도 이젠 안 먹힌다. 다들 피곤하고 짜증이 어느 정도는 이미 깔려 있기 때문에 가벼운 농담이 안먹힌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내내 무엇을 해야하는지 수업에 대한 생각으로 방에서 나가지 못하고 컴퓨터와 하나가 되어 매일 뭔가를 찾고 서치하고 있는 나를 본다. 매 학기 이렇게 해도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떤지 참... 강의평가를 보면 나만 열심히 하는 뭔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뭘 준비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돈도 쓴다. 책도 사야하고 인터넷에 업로드해야 할 영상 자료 때문에 유료 클라우드를 몇개 쓴다. 학교 클라우드는 오히려 용량을 줄이고 있고 그나마 속도가 안나온다. 학교 안가서 기름값은 세이브 되지만 움직이지 않아 뱃살만 늘어간다. 운동은 습관이 안 되어 힘들다. 이젠 온라인 끝나면 어쩌나 그 걱정이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절이 바뀔 때 몸에 표시가 나는데 나는 열꽃같이 피부에 반점이 생겼었다. 요 몇 년 조용하다 이번에 제대로 열꽃이 폈다. 얼굴까지 심하게 올라와서 병원가서 진료받고 약 받아 왔다.먹고 바르고 눈에 넣는 안약까지. 이렇게 몸에 신호가 오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신호가 너무 많이 와서 생각이 많아진다.
로버트 메이프로소프의 전시가 열렸다.얼마만에 보는 사진전인지.이젠 사진수업에서나 가끔 찾아보는 작가였고 나도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아서 전시보러 가는 길이 설레였다.
사진공부를 할 땐 이 사진을 보면서 와~ 어떻게 흑인과 백인을 한 화면에 다 살려놨을까? 하면서 감탄하던 사진. 필름으로 찍고 인화를 하면서 공부를 하던 내겐 메이플소프는 넘사벽의 인화를 보여줬다. 이젠 그런 고민 따위는 하지 않지만 오늘 본 사진들은 이상하게도 감동까지는 아니었다. 어떤 프린트를 전시에 사용했는진 몰라도 마구 감동 받는 프린트는 아니었다. 이상하다. 시간이 흘러 내가 변한건가? 원서에서 보던 사진 정도의 느낌이었다.
2관 전시장 입구의 모습인데, 익숙한 1관에서 전시를 찾다 물어보니 2관이라고 한다. 건물을 따라 돌아가면 나온다고... 그래서 건물따라 가니 주차장이다. 젠장, 오랫만에 갤러리에 오니 별 굴욕을. 잠시 헤매다 사람들이 다른 골목으로 가길래 따라가니 2관이 나왔다. 좀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참.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표시해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뭐 오랫만에 갤러리에 간 내 잘못인가?
예전에 조나단 보롭스키의 조각이 지붕에 있었던 때의 갤러리가 더 좋았는데.
역시 고급 갤러리엔 고급차가.포르쉐 타르가가 땋! 옆의 차도 포르쉐다. 포르쉐 디자인을 보는 즐거움. 메이플소프의 사진은 그거 그랬지만 날씨도 좋고 간만에 나들이여서 더 좋았다.
2016년 1월 10일에 세상을 떠났다. 데이빗 보위의 생일이 1월 8일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그를 생각하며 내 방에 있는 보위의 흔적들을 찍어 보았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2016년 1월 정확히 날짜는 기억이 안나는데 내가 그의 유작 앨범인 Blackstar를 교보에서 샀고 듣지도 못하고 하루가 지난 월요일에 그의 사망소식을 들었었다. 우리날짜로 2016년 1월 10일이 일요일인데 내가 사망소식을 알게 된게 월요일인 것 같다. 그의 유작앨범을 사고 다음날 그의 사망소식을 들었다는게 참 허망했다. 유작앨범을 들으며 69세의 나이에 이런 음악을 만들고 발표한다는게 존경스러웠고 나는 그의 사망이후 열심히 그의 LP를 모으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의 음악을 들으면 놀랍기만 하다.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었을까... 내 기억속엔 도쿄 그의 전시장 마지막 방에서 듣고 보던 Rock 'n' Roll Suicide 가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