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기억이 안나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2019년 12월에 발병했고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20년 1월 30일에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나온다. 이번 학기는 코로나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해야하는지 학교도 나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시작했다. 우선 개강을 2주 늦추는 것에 관한 공지가 오고 결국 3째주에 온라인 수업으로 개강을 하게 되었다. 뭐가 뭔지 감이 안오는 상태에서 학교에서는 온라인을 위한 이런 저런 공문과 온라인에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 사용방법등 정신이 없었다. 요약하면 컴퓨터에서 화상으로 수업을 하던지 자신이 만든 영상으로 수업을 하던지 또는 외부에 이미 있는 수업관련영상으로 대체하던지 골라서 하면 되는 건데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 첫주는 외부영상을 링크를 통해 공지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들었는지 확인하는 퀴즈? 혹은 문제를 내서 학생들이 답을 적어 내는 식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첫주는 그렇게 했지만 계속 그렇게 수업을 할 수는 없었다. 학교에서도 벌써 외부 영상은 자제하고 자체적으로 영상을 만들라고 공문이 왔다. 실시간으로 화상을 이용해 수업을 하자니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오지를 않았다. 화상으로 어떻게 40명이 넘어가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라는 건지 고민하다가 그냥 수업내용에 녹음을 해서 수업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한 두번 영상을 만들다 보니 편집할 때 목소리가 너무나 이상하고 중간에 어색한 부분 자르고 하다보니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우선 목소리가 이상해서 핀마이크를 하나 샀다. 그리고 루마퓨전이라는 편집 프로그램 때문에 구입한 아이패드 미니에 자체적으로 녹화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게 놀라운게 프리즘보다 훨씬 더 편하고 직관적이라 너무 편하게 녹화를 할 수 있었다. 수업내용을 PDF로 저장해 굿노트에서 애플펜슬을 이용해서 수업영상을 찍고 루마퓨전으로 편집했다. 시간은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말한마디 사이에 침이 넘어가는 소리 그리고 나도 모르던 습관들 예를 들면 스읍하고 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라던가 에… 하며 생각이 안나서 헤매는 듯한 소리를 습관적으로 하고 있었다. 편집땐 도저히 이 소리들을 그대로 놔둘 수 없어서 다 잘라내야 했고 녹화때 빠진 부분을 편집때 첨부해야 했다. 사진이나 이미지를 놓고 외부 영상을 사이에 넣고 그러다 보니 일주일 내내 앉아서 녹음과 편집을 했다. 

(아침을 먹으며  9시 수업을 시작한다.저런 모양으로 한 학기동안 수업을 했다.)

편집이 처음엔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영상속에 실현된다는 기분에 했는데 중간이 넘어가면서 부터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를 듣고 잘라내야 하는 단순 반복되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침넘기는 소리 콧소리 등 너무나 듣기 싫어 잘라내기는 해야하는데 그러다 보니 촘촘히 잘라내야 했고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지쳤가기 시작했다. 예전에 영상을 가지고 고민하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목소리를 들으며 자르다 보니 나중엔 음성을 듣지도 않고 소리 파형만 보고 미리 잘라내기도 했다. 너무 귀찮고 하기 싫고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런 단순한 것을 해주는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 학기가 다 가도록 코로나 바이러스는 계속되었다. 학생들과의 수업은 별다른 변동 없이 온라인으로 나는 편집된 영상으로 이어 나갔다. 학생들이 어디에 있는지 수업을 알아서 듣고 있는지를 모른다는게 답답했다. 온라인이라 버스안에서도 화장실에서도 가능한 수업이었다. 장점이 많을 수 있는게 온라인 수업이다. 그런데 수업이 기말을 향해 갈수록 출석률이나 과제제출등 학생들의 참여가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한다면 학생들이나 나도 학교까지 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수업후에 또 집까지 와야하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온라인이 분명 좋은 부분이 있을텐데 이상하게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보이게 된다.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도 그런 것 일것 같고 나도 교통비는 아꼈지만  운전을 하고 학교에 가고 학생들을 만나고 이런 과정이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수업이라는 면에서 보면 교실에서 학생을 만나고 대화하고 하는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온라인도 단점만 있는 건 아닌데 장점이라면 교통비같은 현실적인 부분이 있고 또 다른 면에선 불쾌한 만남이 없다는게 개인적으로 좋았다. 대부분의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너무 안좋은 것과 학생들의 예의없는 행동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온라인을 하다보니 그런 부분이 거의 없었다. 물론 온라인인데도 불쑥 어의없는 질문에 불쾌한적이 몇 번 있긴 했다.

 

종강을 하고 개인적으로 내게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기게 되었는데 우선 손목이 아프고 왼쪽 어깨와 관절이 모두 아프다. 아마도 마우스나 펜슬을 쥐고 편집을 계속한게 탈이 난 것 같다. 손가락이 저리고 어깨는 아프다. 배도 나왔다. 먹고 운동을 안하니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살짝 두통 증상도 있다. 난 평생 두통은 없었다. 그리고 소화불량과 허리가 매우 안좋아졌다. 

 

세상이 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순간순간 느끼는 한 학기였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들, 서양사람들의 문화적인 차이들(마스크), 집에 있다보니 늘어난 배달들, 배달이 와도 서로 얼굴을 보지 않게 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이젠 서로 불편하다는 것. 하지만 환경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것. 지구가 좀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 바이러스가 괜히 생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스톱해야 하지만 인간들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환경이 이렇게 경고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끝나면 치료제가 생기면 우린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 같다. 환경의 중요성을 요즘같이 많이 느낀적이 없다. 나도 최소한의 행동인 플라스틱 줄이기와 텀블러 들고 다니기를 일년넘게 해오고 있는데 가족도 설득시켜 행동으로 참여하게 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나만이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도 텀블러 쓰기와 플라스틱 줄이기를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지금은 방학기간이고 일주일정도 편집의 스트레스없이 잘 쉬고 있다. 팔은 계속 저리고 아프다. 조금씩 운동을 해야하는데 이게 잘 안된다. 이제 8월이 지나면 2학기가 시작인데 어떻게 수업을 하게 될 지 걱정이다. 바이러스는 아직 사라질 기미가 안보인다. 사람들은 벌써 어떻게든 밖으로 나갈려고 난리다. 이러다 다시 바이러스가 번지게 되어 더 큰 재앙이 오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맨위 좌에서 우로  2020년 4월14일, 4월20일, 4월23일 - 두번째 줄 좌에서 우로 4월28일, 5월23일, 6월9일 - 세번째줄 좌에서 우로 6월25일, 7월2일, 7월7일

수업하면서 학생들과 SNS를 하면 좀 더 재밌을 것 같아 인스타를 만들었다. 결국 거의 혼자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기록이 남았다.

Posted by ile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