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찍었을 때가 언제인지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모르고 맞춰간 대학에서 멋모르고 선택한 학과와 전공은 내가 원하던게 아니었다.그런데 지내다 보니 그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재미를 느낄 때 즈음 졸업을 해버렸다.그리고 돈벌이가 좋았던 미술학원 강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친구가 권한 사진대학원을 또 잘모르고 시험을 보고 한번에 들어가 버렸다.사진은 아버지를 통해 많이 봐왔고 취미로 사진을 했었기 때문에 만만하게 보고 들어갔다.그런데 그것도 만만하지가 않았다.지금까지 알았던 마구잡이로 배운 사진적 미술적 지식이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우선 모든 잡상식을 버리고 교과서데로 사진을 다시 공부했다.필름으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결국 암실을 구해 작업실을 얻어 그곳에서 생활했다.나름 열심히 해서 전시도 많이 하게 되었고 내 생각에 사진은 나의 적성에 딱 맞는 분야였다.이런 저런 전시를 하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도 하고 작품기증 얘기를 하길래 나로썬 영광이다 생각하고 기증도 했다.뿌듯했다.유명한 구본창선생이 외국전시를 권해서 호주에서 전시도 했고 대만에서도 전시를 했다.그곳에 가지는 않고 작품만 보냈다.심지어 대만에서는 작품이 파손되어 보험료로 돈도 받았다.그돈으로 미국여행도 아내와 했다.그러다 아들이 생기고 집에서 해왔던 작업을 하기에 조건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그때부터 작업은 힘들어지게 되고 돈은 생기면 나에게 쓰기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그러면서 점점 멀어진 사진작업이 2년,5년,8년지나고 이젠 사진을 아예 안하게 되었다.그 사이 사진은 디지털시대를 맞아 이젠 암실이 필요없게 되었고 나도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내가 결혼하고 사진을 하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돈이었다.그냥 작업하면 알아서 다되는 줄 알았다.어리석었다.결국 사진도 내손을 떠나게 되고 이젠 디자인이랍시고 대학강의 조금하는 것 외엔 알바처럼 가끔 편집이나 웹사이트 만들며 겨우 겨우 살아가고 있다.나는 돈을 버는 법을 몰랐고 여전히 지금도 그것이 내인생의 발목을 잡혔다.뭐, 사람인생 모르는 것이니 어떻게든 살아지겠지만 짐정리하며 나온 예전 작업을 보니 이거 다시하기는 어렵겠다 싶다.청담대교가 만들어지던 지금은 뚝섬유원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다.뭔지도 모르고 살았던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그리고 돈을 모르고 살았던 어리석음이 지금도 나를 후회하게 한다.앞으로도 돈때문에 힘들 것 같다.나에게 마치 돈은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다.다시 태어나면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기술을 배워 단순하게 살고 싶다.예술에 대한 어설프고 맹목적인 나의 믿음이 돈때문에 깨진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예술은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젠쟝.